ETF 1000개 시대 개막…국내 ETF 시장 23년 만에 대기록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마침내 1000개를 돌파했습니다. 2002년 첫 ETF 상장 이후 23년 만이며, 이제 ETF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일반 종목 수(962개)를 넘어서는 대표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TF 시장 23년의 여정
2002년 LG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KOSEF 200', 'KODEX 200'을 출시하면서 시작된 ETF 시장은, 2006년 섹터형, 2007년 해외형 ETF를 거치며 점차 확장되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이었으며, 이 시기 이후 금, 채권, 원유 등 다양한 기초자산 기반의 ETF가 등장하고,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시장에 본격 상장되었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순자산 220조 돌파
2021년 ETF 수가 500개를 넘어선 뒤, 불과 4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습니다. 특히 ETF 순자산 총액은 6월 기준 221조8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ETF 수요 증가와 함께 증시 활황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ETF는 펀드 대비 낮은 보수, 실시간 거래 가능성, 유동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며, 특히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ETF 운용사 경쟁 치열…‘붕어빵 ETF’ 우려도
ETF 시장 성장과 함께 운용사 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2006년 3개였던 ETF 운용사는 현재 29곳으로 증가했으며, 삼성자산운용(38.4%)과 미래에셋자산운용(33.39%)이 양대 강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유사 상품이 과잉 공급되면서 'ETF 베끼기'와 출혈 경쟁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으며, 거래량이 미미한 ‘좀비 ETF’도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루 거래대금이 5000만원 미만인 ETF는 59종, 순자산 50억원 미만 상품은 55종에 달합니다.
보수 인하 경쟁 심화…시장 구조 왜곡 우려
ETF는 낮은 보수가 장점이지만, 최근 지나치게 낮아진 보수 책정이 장기적으로 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KRX금현물' 보수를 0.5%에서 0.19%로 인하했고, 미래에셋은 유사 상품을 0.15%에 출시하며 맞대응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S&P500,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의 수수료는 0.007% 이하로 떨어졌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0.01% 이하의 보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킬러 ETF’가 시장을 이끈다
차별화된 ETF가 시장을 선도하는 사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PLUS 고배당주',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 등은 순자산 1조원 이상을 달성하며 독창적인 테마형 ETF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KIWOOM 미국테크100 월간목표헤지액티브’를 상장했으며, 이는 세계 최초로 '프로텍티브 풋' 전략을 ETF에 적용한 상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TF의 미래, 양보다 질
국내 ETF 수가 글로벌 ETF의 약 8%를 차지하지만, 순자산 점유율은 1%에 불과합니다. 단순한 숫자 경쟁보다 질적 성장과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ETF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상품이 소수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없던 상품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